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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나의 불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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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지

        일러스트레이터

        서울

        퀸지는 서브 컬처와 스트릿을 주제로 활동하는 7년 차 일러스트레터이다. 2년간 다니던 건설사를 그만두고 아티스트가 되기로 한 날부터 지금까지, 그는 언제나 불안했다고 한다. 동시에 그 불안함 덕분에 행동하고,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시멘트를 뚫고 피어난 꽃처럼 우아하지만 단단하게 성장한 아티스트 퀸지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한 격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항구에 닻을 내리고 있는 배는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 John A. Shedd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퀸지라고 합니다. 서브 컬처, 스트릿 브랜드, 여름처럼 일상 속의 주제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나가고 있어요.

        활동명 ‘퀸지’는 무슨 뜻인가요?

        2018년 퇴사 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어렸을 적부터 좋아한 뮤지션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이름을 따서 짓게 됐어요. 주로 뮤지션이나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회사원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한 이유가 궁금해요.

        원래 건설사에서 빌딩이나 아파트 건축에 필요한 알루미늄 폼을 CAD로 설계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렇게 2년 동안 일하다가 어느날 ‘내가 이걸 평생할 수 없겠다’라는 판단이 들어서 당장 그만두겠다고 했죠. 그곳에서 10년 뒤의 내 모습을 그려보니 더욱 결심이 섰던 것 같아요. 제가 정말 하고싶은 게 예술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미련없이 그만 둘 수 있기도 했고요.

        전업을 결심하고 어떤 단계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나요?

        사실 진짜 대책 없이 퇴사부터 했어요. 원래 다니던 건설사에서 제공해 준 사택에서 나와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죠. 언제나 예술 쪽에 갈증이 있다 보니 막연히 예술 분야에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음악과 그림이라는 두 가지가 남더라고요. 둘 중에서도 그림은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은 편인지라 처음엔 현실적인 이유로 선택했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션 학원부터 등록했어요. 비전공자이다 보니 혼자서 툴을 다루는 게 조금 막연한 느낌이더라고요.

        그런데 한 달 배우고 나니, 학원에서 알려 주는 정형화된 스킬을 벗어나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로 학원을 그만두고 1년 동안은 수입도 없이 집에서 혼자 계속 그렸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 작품을 보고 첫 의뢰가 들어왔어요. 준비가 안된 상태로 참여한 일러스트 페어에서도 좋은 제안을 받기도 했고요. 놀라웠던 것은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던 그림을 뮤지션 이홍기 씨가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앨범 커버 의뢰를 해 주시기도 했어요. 그 후로는 내 마음에 들던 들지 않던 꾸준하게 그리게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불안은 어느 정도 계속 이어져 왔을 것 같아요.

        맞아요. 프리랜서는 일이 많든 적든 늘 불안과 함께 하는 직업이에요. 일이 없어서 불안할 때는 오히려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시간으로 삼았어요. 그렇게 작업이 쌓이다 보면 마인드 컨트롤도 되고, 또 작품을 보고 의뢰가 들어오는 선순환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회사 밖의 나’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불안해하시지 않나요?(웃음)

        그렇네요.(웃음) 혹시 작업 말고 불안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이 또 있나요?

        예전에는 고민이 있으면 책상 앞에서 붙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무작정 나가서 걸어요. 몸에 자극을 주고, 비워내니까 새로운 영감이 더 빠르게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 일해야 하는 프리랜서인지라 체력도 무척 중요해서 헬스도 정말 꾸준하게 자주 해요. 가끔은 브랜드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기도 해요.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업계에 선후배가 있지 않아서 혼자서 막연할 때가 많은데요, 작업 방향성이나 비즈니스를 처리할 때 책이 좋은 길잡이가 돼요.

        작업 속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작품의 전체적인 세계관이 궁금해요.

        일단 거창한 세계관은 존재하지 않고요.(웃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가 있는데 저의 페르소나예요. 딱히 이름도 없고 헤어스타일이나 아웃핏도 다르긴 한데, 이 친구를 통해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단 제가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저만의 해석을 해봐요. 그러고 나서는 특별한 표현법을 구상하고, 특징들을 더해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하고 있어요.

        평소 디지털 드로잉을 즐겨 하는 이유나 본인만의 특징적인 작화 스타일이 있나요?

        최근에는 단순함에 중점을 두고 비비드 한 컬러감을 더해 약간의 팝아트적인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복잡한 그림자들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요. 일단 저는 전공자가 아니라서 붓과 물감들을 잘 다루질 못해요. 그래서 제가 조금 더 가장 잘 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죠. 하지만, 예전부터 아크릴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상황이 된다면 언젠간 꼭 작업해 보고 싶어요.

        캠핑, 서핑, 하이킹 등 아웃도어 스포츠를 주제로 다작을 했어요. 모두 본인이 좋아하는 일들인가요?

        모두 좋아하는 활동들이에요. 다만, 실제로 하는 것보다 멀리서 지켜보는 걸 더 선호할 뿐이죠.(웃음) 활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그 활동을 통해 생겨난 고유의 문화, 패션 등을 지켜보는 타입이에요. 술을 마시는 것보다 분위기와 문화를 더 좋아하는 마음과 비슷하달까요. 본격적으로 이런 주제를 주로 작업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 때문이에요. 2020년 초에는 야외활동이 거의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갈증이 크게 생겼어요.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여행, 캠핑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비슷한 주제로 어떻게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그릴 수 있었나요?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걸 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여행을 위주로 그리긴 했지만 요즘은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여행이나 캠핑과 관련한 욕구가 해소되다 보니, 다른 주제들로도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최근 전시에서는 사랑이란 감정을 주제로 한 작업물들을 선보였죠.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낀 프로젝트가 있었나요?

        좋은 프로젝트들이 많았지만 하나를 꼽자면 ‘서울 이랜드FC’ 축구단의 시즌 브랜딩 프로젝트일 것 같네요. 테마부터 슬로건, 굿즈, 티켓까지 온전히 혼자 기획하고 아웃풋을 도출했던 첫 프로젝트인지라 그 당시 많은 걱정과 설렘을 반복하며 작업했던 기억이 있어요. 며칠 밤을 지새우며 몰입해서 작업하던 순간, 뭔가 작가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개인작업과 협업 사이 어떤 장단점을 느끼는지도 궁금하네요.

        개인작업은 클라이언트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편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붙잡고 있거나 완성을 해놓고도 버릴 때가 많아요. 협업은 아무리 제 스타일로 풀어내도 의뢰인의 주관과 취향 그리고 희망 사항이 들어있죠. 그래야 하기도 하고요. 상대의 취향과 제 스타일 사이에서 조화롭게 연출하는 게 가끔은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래도 협업의 좋은 점이라면 마감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창작의 고통이 영원하지 않죠. 딱 그 기간만 압축적으로 고통받으면 되니까요.(웃음)

        요즘 작가로서 느끼는 업계의 변화가 있나요?

        몇 년 전부터 미디어나 다양한 업계에서 미술 쪽으로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크게 실감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졌죠. 창궐 직후 시장 자체가 정말 얼어있었어요. 저만해도 업체 측의 컨택 자체가 많이 없어서 힘들었던 것 같고요. 시간이 조금 흐르자 메타버스와 더불어 비트코인과 NFT가 다시 한번 부흥하게 되었고, 관련 산업인 캐릭터 시장도 자연스럽게 회복과 성장을 동시에 했던 것 같아요. 최근 부쩍 많아진 기업과 아티스트 간의 협업만 봐도 이런 대세를 방증해 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선두에서 NFT에 참여한 작가들과 유명 웹툰 작가들의 매체 활동이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요?

        사람의 감정이나 인생 자체 대한 메시지를 다루고 싶어요. 사랑처럼 흔하고, 멀게 느껴지지 않은 감정을 저만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최근에 사랑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라는 기법을 사용했어요. 감정을 움직이는 운동하는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니터 말고 무엇이 있을까 찾던 중 렌티큘러라는 새로운 기법을 발견하게 됐죠.

        회사원에서 아티스트로 전업한 사람으로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앞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줄 수 있을까요?

        일단 하는 게 중요해요. 우선 환경이 바뀌어야 행동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치밀한 전략보다는 우선 행동하고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또한 그랬고요. 아티스트로 전향할 때의 저는 대책 없이 행동부터 하고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면서 전략을 짰어요. 결국 환경이 나를 리드한 것 같아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몸값을 낮추지 않고
        현명하게 일하는 법을 터득하기를 바라요.
        아티스트로서 부채감을 느끼고 하는 일이 있나요?

        작품이나 제 몸값을 스스로 낮추지 않는 것이요. 아무리 급해도 프로젝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려해 보지 않고 무조건 일을 받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런 행동들은 이 업계뿐만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하는 작가들에게도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몸값을 낮추지 않고 현명하게 일하는 법을 터득하기를 바라요.

        최근 이사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사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 쓴 공간이나 아이템이 있는지 궁금해요.

        작업실이 따로 없다 보니 홈오피스를 꾸미는 것에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이전 집은 주거공간과 작업실의 경계가 모호해서 어수선했는데요, 새로운 집에서는 책상과 의자도 새것으로 바꾸고 최대한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심플하게 꾸밀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수집하거나 오랜 시간 소장하는 아이템이 있나요?

        예전에 즐겨 듣던 CD들인데요. 특히 가장 아끼는 《JAZZYFACT - Lifes like》이 앨범은 이제 구하기도 힘들어요. 제가 예술가가 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앨범이자 제 인생 최고의 앨범이기도 해요.(웃음) 예술가적 마인드와 영감을 심어준 클래식과 같은 음반이에요.

        평소 롤모델이나 영감을 주는 것이 있나요?

        저의 롤모델은 살바도르 달리와 BEENZINO예요.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둘은 자신의 생각을 옮기는 데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빈지노 씨에게 따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웃음)

        하하. 먼발치서 많이 동경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재미있는 작업을 꼭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최근에 마지막으로 한 선물은 무엇이었나요?

        제 작품을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어요.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취향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더라면 더 일찍 선물해 드릴 걸 싶더라고요. 가끔은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 말고, 내가 진짜 주고 싶은 걸 줘봐도 좋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지금까지 받았던 선물 중 가장 인상적인 선물을 소개해 주실래요?

        오랜만에 만났던 친구가 직접 쓴 시 한 편을 선물해 준 적 있어요. 내용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그 친구의 정성과 진심이 많이 느껴져서 더 특별했어요. 앞으로도 살면서 ‘시'를 선물로 받는 경험은 또 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반대로 주었던 선물 중에서는요?

        10대, 20대엔 주로 그 당시 제가 즐겨듣고 좋아했던 CD를 많이 선물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명반인 2009년 발매된 제이Z의 《The Blueprint 3》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가을을 위한 선물을 한 가지 추천해 주실래요?

        올해 3월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했었어요. 그때 한 식당에 갔는데, 음식이 늦게 나와서 미안하다며 건네준 ‘테일러 포트 와인(TAYLER’S Port Wine)’이 너무 맛있었어요. 원래 와인을 싫어했는데 그날 이후 와인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싫어하던 무언가가 좋아지던 순간이라 더욱 기억에 남아요. 원래 제가 생각하던 와인의 맛은 텁텁한 포도주스였는데, 위스키를 섞어 만든 와인이라 그런지 많이 달고 무겁고 또 독해요. 와인 취향이랄 만한 게 없었는데 제가 무거운 바디감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올가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면 이 와인을 주고 싶어요. 가격대는 3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힘든 일을 해낸 나에게 주는 보상이 있나요?

        맛있는 걸 먹고 푹 쉬어요. 집이 오피스인 프리랜서다보니 계속 일을 붙잡고 스위치 오프를 잘 못하기도 하고요. 무언가 하나 시작하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 곳으로 집중된 에너지를 최대한 분산시켜서 다시 새로운 에너지로 채울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만들어요.

        10년 뒤의 나는 어떻기를 바라세요?

        음, 10년 뒤에도 하고 싶은 말과 그리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 그림쟁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해온 자신에게 무언가를 선물한다면?

        안마의자요.(웃음) 허리디스크, 목디스크는 작가들의 기본 스펙이라 관리와 예방이 절실하거든요. 마침 이사도 해서 이김에 저를 위해 하나 구매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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