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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인터뷰슬램덩크김정윤
        김정윤

        작가

        서울 / 35세

        농구와 소년. 김정윤을 말할 때 떠올리게 되는 두 단어다. 그에게 농구는 그림의 주제이기 이전에 삶을 관통하는 취향이자 정체성이다. 작업자이면서 동시에 애호가인 사람, 김정윤에게 좋아하는 마음과 함께 성장하는 법을 물었다.

        반가워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김정윤이라고 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제 작업에 조금 더 다가가고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순수미술로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농구를 중심으로 스니커즈, 스트리트 문화까지 다루며 작업하고 있죠. 처음 농구에 매력을 느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슬램덩크〉 키즈거든요. 초등학교 때 처음 접하면서 만화를 좋아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농구’라는 스포츠와 선수들이 신는 나이키, 조던 신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요. 이런 주제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12년이에요.

        딱 10년 전이네요.

        제가 대학을 졸업한 해인데,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전공이 애니메이션이라 모션그래픽이나 3D 작업이 익숙했지만, 그보다는 늘 그림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일러스트레이션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뭘 그려야 하나?’라는 질문에 제가 내린 답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죠. 그게 농구였고요.

        오랫동안 작업해온 이 주제가 현재까지 본인에게 유효한 이유가 궁금해요.

        가장 좋아하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에요. 또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제 생활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또 스포츠 안에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잖아요. 상황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주제를 계속 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작업의 큰 줄기는
        고교 농구 만화라고 보시면 돼요.
        10대의 성장과 사랑,
        스포츠 안에서의 경쟁과
        우정을 다루고 있죠.
        작가님의 대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소년과 빡빡머리를 한 소년처럼 작업 속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죠.

        두 캐릭터 모두 저를 반영하고 있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게 돼요. 페르소나 캐릭터를 그릴 때는 정말 일기를 쓰는 기분이고요. 빡빡이를 그릴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어떤 성격이나 행동을 부여하고 몰두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가끔은 빡빡이가 진짜 제 페르소나 같기도 해요. 다른 점이라면… 저는 남중, 남고를 나왔는데 이 친구들은 남녀공학에 다닌다는 거(웃음)? 그래서 늘 여자친구들과의 스토리가 있죠.

        그림 속에 내러티브가 느껴지는 장면이 많아서 늘 청춘영화 같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돼요. 캐릭터들이 공유하는 전체적인 세계관이 있나요?

        항상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있지만 고정된 서사를 가지고 있진 않아요. 다만 그림을 그릴 때 상황을 구체적으로 부여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여름 방학에 농구 연습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때그때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제 작업의 큰 줄기는 고교 농구 만화라고 보시면 돼요. 풋풋한 10대 아이들의 성장과 사랑, 스포츠 안에서의 경쟁과 우정을 다루고 있죠.

        방금 이야기하신 사랑, 경쟁, 우정은 어른이 되어서도 느끼는 감정이잖아요. 이를 성장기에 놓인 10대를 통해 표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그림 안에서 그 감정을 표현하기 제일 적합한 나이대인 것 같아요. 워낙 소년만화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30대인 지금도 이 시기의 아이들을 그리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촌스러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요. 그래서 종종 요즘 학생들도 관찰하고, 교사로 일하는 친구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죠.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나와서 묻고 싶은데요.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낀 프로젝트가 있나요?

        아무래도 나이키죠. 2012년에 그림을 시작할 때는 막연한 마음이었어요.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싶었고, 그중에 농구화, 나이키 운동화가 있었던 거고요. 그렇게 막연히 좋아하던 대상에게 응답받은 일은 잊을 수 없어요. 특히 나이키 본사와 협업했던 경험이 작가로서 큰 성장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고민의 종류도 변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내 그림으로 전시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떤 작업을 보여줄까?’ 같이 주제에 몰두하면 되니까요. 이런 걸 생각할 때 성장이라는 상황이 와닿아요.

        디지털 작업과 수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각각의 매력이 다를 것 같아요. 새롭게 시도하려는 매체가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디지털 작업은 저에게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도 친숙한 느낌이에요. 특히 작업자로서는 수정이 편하고, 틀려도 부담이 없고,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손으로 그린 작품에 애정이 많이 실리게 돼요. 터치 하나하나에도 신중하게 되니까요. 그렇게 완성한 작품을 보면, 작든 크든 마음이 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동양화 기법으로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재료가 익숙하지 않아서 아직 시도해 본 적은 없는데, 언젠가 꼭 해보려고요.

        지금까지 이모티콘, 패션, 가전제품 등 IP를 다양하게 전개했어요. 자신의 IP가 확장될 때 작가로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제 그림이 상품화되어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제일 재미있고, 감사했어요.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나는 거니까요. 사실 원화는 소수의 사람만 소유하고 누릴 수 있잖아요.

        지금까지 브랜드, 플랫폼 등과 활발하게 협업을 진행해왔는데요. 작가님이 세운 협업 기준이 있나요?

        작년에는 외주 작업을 정말 많이 했어요. 거의 9:1 정도였죠. 지금은 개인 작업을 6까지 끌어올린 것 같아요. 협업의 기준이라면… 멋없는 건 안 한다(웃음)? 남들 다 하는 거 있잖아요. 그 반대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더라도 재미있어 보이면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요?

        출판 업계는 다른 곳에 비하면 예산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청소년 문학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웬만하면 하려고 해요. 제가 어릴 때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그런지,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자격지심이 좀 있어서(웃음)…. 어린 친구들이 제 그림을 통해서라도 관심을 갖고 책을 읽었으면 해요. 최근에 황영미 작가의 소설 《모범생의 생존법》 표지 작업을 했는데, 읽어 보고 내용이 재미있어서 한다고 했어요. 저도 이런 기회를 통해 책을 접하게 되니까 좋아요.

        작업 속에서 계절, 특히 여름이 자아내는 싱그러운 분위기는 중요한 요소죠. 특히 ‘Finding Blue’는 푸르른 자연을 찾아다니는 프로젝트였고요. 자연으로 주제를 확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그림을 그릴 때 빛에 신경을 많이 쓰고, 빛에 따른 미묘한 색 변화를 잘 표현하려고 하는데요. 자연물에 빛이 닿을 때 생기는 변화를 관찰하는 게 재미있어서 점점 관심을 두게 된 것 같아요. 또 집 안에 두는 식물이든 여행하면서 보게 되는 풍경이든, 자연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잖아요. 마음에 평안함이 찾아오는 기분이죠.

        이런 자연의 혜택을 누리려면 행동 또한 필요하죠. 작업자로서 실천하는 것이 있나요?

        무조건 라벨 프리 제품을 사요 (웃음).

        최근 이사하셨죠.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이 함께 있는데, 이곳을 꾸리며 가장 크게 소비한 품목이 있다면요?

        거실에 있는 1인용 라운지체어요. 빈티지 디자인 가구인데 색감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하게 됐어요. 그리고 정말 편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작가님은 스니커즈 컬렉터이기도 해요. 최근 추가된 컬렉션과 가장 아끼는 컬렉션이 궁금해요.

        최근에는 나이키와 패션 브랜드 사카이Sacai가 협업한 제품을 샀어요. 가장 아끼는 건 제 작업방에 있는 빨간색 운동화고요. 에어조던6 슬램덩크 에디션인데, 제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 선물해주신 거라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신지는 못하고 아껴두고 있어요.

        한 인터뷰에서 ‘예술가들이 자기가 그리는 그림으로만 먹고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비슷한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사람들의 관심에 급급하지 않았으면 해요. 요즘은 유튜브나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본인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고, 시시각각 반응을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좋아요’나 댓글 수에 연연해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건, 작가로서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올해 아티스트로서 무엇을 이뤄내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6월과 10월에 오픈 예정인 개인전을 잘 치르고 싶어요. 10월에 전시하는 곳은 3층 규모라… 큰일 났어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꾸준히 작업해온 자신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나요?

        초창기에 일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길게 쉬어본 적이 없어요. 항상 ‘이거 하고 쉬어야지’ 해도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전시를 잘 마치면, 한두 달 정도의 긴 휴가를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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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프몰의 온라인 매거진 <캐비네츠 CABINETS>는 간직하고 또 꺼내어 보고 싶은 것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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