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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G LITTLE DINOSAUR

        하찮은 공룡들의 안전한 세계

        조구만스튜디오동업인터뷰
        벤, 조디

        조구만 스튜디오 대표

        서울 / 31세

        조구만 스튜디오는 캐릭터 ‘하찮은 공룡들’을 만들어낸 크리에이티브 팀이다. 디자인과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조디와 경영을 맡은 벤은 각각 시소의 반대편에 앉아 균형을 맞춘다. 누구도 상처 입지 않는 유머를 주고받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존재들을 응원하기 위해, 그들이 살 수 있는 안전한 세계를 넓혀가기 위해.



        우선 조구만 스튜디오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야기해보려 해요. 이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나요?

        조디: 저는 휴학을 자주 해서 나이 많은 대학생이었어요. 재학 중에 직접 그림을 그려서 티셔츠도 만들고, 스티커도 만들어 팔면서 조구만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됐죠. 순전히 재미로요. 벤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시작한 건 2019년부터예요. 사실 기업에서 인턴십도 한 적이 있는데요. 실제 일에 필요하지 않은 절차나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게 힘들었어요. 그때 제가 회사랑 잘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벤: 저는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군대를 늦게 다녀왔어요. 전역을 하니 스물일곱이었는데, 서른까지는 제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조디의 제안으로 조구만 스튜디오에 합류하게 됐어요.

        보통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이 다수인데, 두 분은 창업이라는 의외의 선택을 했네요.

        조디: 개인적으로는 핀란드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영향이 커요. 우리나라는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등 사회에서 정상 범주라고 여기는 단계를 빠르게 밟고 싶어 하잖아요. 대학도 당연히 가야 하고, 3~4학년만 되어도 인턴십이나 취업에 대한 압박을 받죠. 핀란드에는 나이 많은 대학생도 흔하고 졸업 직후 대학 진학률도 높지 않아요. 그런 환경에 있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걸 배웠어요.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하찮은 공룡들’ 시리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조디: 공룡백과사전을 보다가 낙서처럼 그린 그림에서 시작됐어요. ‘어떻게 하면 더 단순하게 그릴 수 있지?’ 고민하면서요. 지금은 'UBHC(자비 없고 잔인한 초식동물 클럽Unforgiving Brutal Herbivore Club)' 세계관 안에서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어요.

        더 단순하게 그리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조디: 제가 좀 모자란 걸 좋아해요. 작고, 삐뚤빼뚤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마음이 가거든요. 그리고 사실 제가 그렇게 밖에 그림을 못 그려서요(웃음).



        현존하는 수많은 동물 중에서 멸종된 공룡, 그중에서도 초식공룡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네요.

        조디: 왜냐하면 주인공은 육식 동물이거든요. 모든 영화나 만화에서 초식 공룡은 조연일 뿐이죠. 당시 제가 ‘난 항상 슈퍼 을이야!’ 하면서 스스로 한없이 작다고 느끼던 때라, 더 감정이 이입됐나 봐요. 게다가 강아지, 곰, 토끼, 고양이 캐릭터는 정말 포화상태였거든요. 흔하게 다루지 않는 동물을 찾다가 공룡을 발견하게 된 거죠.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그렇지만 안 중요하다는 건 아니야.’라는 슬로건이 귀여우면서 제법 단호해요. 브랜딩 혹은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가요?

        벤: ‘맥락’이요. 그래서 저희에게 슬로건이 중요하죠. 무엇을 하든지 이 문장에서 어긋나는 건 하지 않으려 해요. 예를 들면 팝업 스토어도 한 군데에서만 진행해요. 브라키오는 단 한 마리이기 때문에 여러 군데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없거든요. 외부 협업을 할 때 ‘그냥 공룡이 귀여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그려주세요’, ‘귀엽고 유행하는 거로 그려주세요’라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 공룡들은 성격상 단순히 귀엽기만 한 건 안 할 것 같거든요.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면 “아, 연기하느라 힘들었다”라고 말하겠죠.

        저희는 공룡 캐릭터를 소속 연예
        인이라고 생각하고 매니징해요.
        요즘 말로 ‘과몰입’하는 거죠.
        스튜디오 대표이자 공룡들의 매니저시군요(웃음). 저는 슬로건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낙관성이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조디: 이 문장을 낙관성으로 봐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처음에는 자학적이고 자조적인 마음으로 썼거든요. 세상을 향한 작은 저항! 돌아보면 그 속에 ‘용기를 내고 싶다, 용기를 내보자’는 마음이 깃들어있는 것 같아요.

        올해로 6년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데, 캐릭터들이 널리 알려지게 된 티핑 포인트가 있나요?

        벤: 권총을 든 브라키오 키링 덕분인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로 조디가 다른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과 공동 제작을 하게 됐거든요. 소량 생산이 어려우니 공동구매 식으로 생산을 한 거죠. 처음에는 키링을 재고로 보관만 하다가 패키징을 해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저는 사실 브라키오 이모티콘을 선물 받아서 쓰고 있었는데, 꽤 오랫동안 애벌레라고 생각했어요. 공룡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조디: 그 점도 하나의 포인트예요. 정말 공룡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공룡이라고 하니까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원래 공룡은 좀 무섭고 용맹한 이미지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하찮게 생긴 공룡이 비장하게 총을 들고 있으니 이 아이러니에서 나오는 ‘피식’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들고 있는 물건이 왜 하필이면 권총…

        조디: 제 성격이 조금 반영이 되어있어요. 브라키오도 항상 당하고 살고,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세상 다 망해라’ 생각하는 친구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사회초년생이고, 별거 없고, 경력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희들이 나를 이렇게 한껏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죠. 그 마음을 권총이라는 사물로 표현한 거고요. 후기 중에 이 키링이 부적 같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보면서 화를 다스리고, 잘못되면 얘가 다 쏴줄 거로 생각하신다고요. 젊은 세대의 마음을 대신 표현하고 표출해주는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브라키오 캐릭터에 특히 열광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조디: 제일 하찮게 생겨서(웃음)?
        벤: 사실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초식 공룡을 대표하는 친숙한 친구예요. 이름은 몰라도 목이 긴 공룡 혹은 둘리 엄마라고 하면 다들 알죠. 이 브라키오가 ‘우리는 어차피 죽는다',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라는 이야기를 할 때 마치 요즘 사회초년생들을 대변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제작자인 저희도 MZ세대니까 소비층과 잘 통한 게 아닐까 싶어요.

        브라키오 이야가 길어졌는데요, 하찮은 공룡들의 다른 캐릭터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조디: 저는 ‘프테라’를 소개하고 싶어요. 프테라는 해안가 절벽에서 지은 작은 오두막에서의 노후를 꿈꾸지만, 오늘은 여의도 빌딩숲으로 힘차게 출근하는 친구예요. 주식은 물고기와 해양 생물이지만 서울에서는 비싸기 때문에 매일 사 먹진 못하고요. 주말에는 낚시 여행을 가죠. 사실 프테라는 익룡이라 배달계의 전설이었는데, 미세먼지가 심한 어느 날 건물에 부딪힌 후로 겁이 나서 날지 못하게 됐어요. 그래서 건강 염려증도 있고 긴장도와 불안도가 조금 높은 친구예요.
        벤: 개인적으로 ‘스테고’를 좋아해요. 스테고는 덩치가 크지만 공룡 중에 제일 작은 뇌를 소유하고 있어요. 호두만 해요(웃음). 힘도 세고, 배려심도 깊지만 약간은 모자라고 순수한 면이 있어요. 마음은 커다랗지만 뇌는 조구만 친구랄까요. 실제로 제 친구 중에 스테고를 닮은 애가 있어요. 저희가 스테고랑 닮았다고 이야기하니까 본인도 몰입해서 스테고 제품만 사려고 해요. 저희도 스토리텔링 할 때 그 친구의 모습을 적용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새롭게 제시할 계획이 있나요?

        조디: 캐릭터에 대한 짧은 스토리를 공유한 적은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구체적인 세계관에 대해 소개한 적은 없어요. 일부러 성격과 배경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려 해요. 다만 이 세계관을 조금씩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려 하죠.
        벤: 어떻게 보면 《헨젤과 그레텔》처럼 작은 빵 조각을 놓아두며 가는 거예요. 그걸 따라왔을 때 하나의 세계관을 만날 수 있도록요. 모든 이야기를 한 번에 노출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습득해야만 하잖아요. 그런 방식은 피하고 싶었어요.
        조디: 저는 하찮은 공룡들이 현재 진행형인 캐릭터였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당장 결론을 내릴 수 없잖아요. 같이 현재를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캐릭터를 우리 주변에 사는 인물처럼 알려드리고 싶고, 자연스럽게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브랜드 소개에 '말장난과 어두운 유머를 좋아합니다'라는 말이 있죠.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평소 즐겨보는 콘텐츠가 있나요?

        벤: 저는 <프렌즈>, <모던 패밀리> 같은 시트콤을 좋아해요. 저희 둘 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는 말장난이 나오면 적어두기도 해요.
        조디: 자주 보는 건 <데드 투 미>,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와이 우먼 킬> 등 범죄를 다루면서도 코믹한 요소가 있는 드라마예요. “이런 말 하면 지옥 갈 것 같아!” 하는 유머를 되게 좋아해요(웃음).

        영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감을 아카이빙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인 것 같아요. 어떻게 아카이빙 하나요?

        조디: 크고 작은 무지 노트를 제 동선마다 둬요. 사무실, 집, 가방 속, 침대 옆 등 10개 정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랑 대화하다 재미있는 주제가 나온다거나, 웃긴 말실수를 들을 때 근처에 있는 노트에 기록해두죠. 처음에는 여러 실뭉치에 불과하지만 나중에 그 안에서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져요. 또 제 컴퓨터에 ‘조디의 머릿속’이라는 폴더도 있거든요. 그래서 팀원들이 작업하다가 “그때 낙서했던 거 어딨어요?” 물어보면 그 폴더에 들어가라고 해요. 거기 다 있거든요!

        문구와 리빙 상품 외에도 이모티콘, 반려동물 장난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품군을 확장하고 있는데 애착이 가는 상품이 있나요?

        벤: ‘조구만 실험실’ 프로젝트를 꼽고 싶은데요. 현실적인 이유로 만들기 어려운 상품,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상품을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브라키오 석고 조각상, 혼자 있고 싶은 브라키오 무드등을 만들었어요. 아주 소량으로요.
        조디: 저는《우리는 조구만 존재야》책이요. 처음 제안받았을 땐 ‘내가 어떻게 책을 써?’라는 마음이었는데, 편집자님이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책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셨어요. 새로 쓴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은 대부분 제가 몇 년 동안 쌓아온 일기를 브라키오 관점에서 엮은 거예요. 의외로 많이 팔려서 저희도 놀라고 출판사도 놀랐어요(웃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분의 직업 만족도가 정말 높아 보여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됐을 때의 어려움도 있겠죠. 이럴 때는 어떻게 환기하는 편인가요?

        벤: 사실 지금까지는 너무 재미있어요. 사업을 위해 전략을 짜는 일 자체가 재미있어서, 원하는 성과가 나타났을 때 저절로 환기되는 것 같아요. 가끔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매출도 중요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가장 궁금해요. 계속 잘 키워내고 싶어요.
        조디: 저는 사업적인 생각은 거의 안 해요(웃음). 벤은 성향이 달라서 오히려 일할 때 균형이 맞아요. 스토리텔러로서는 재미있으면서도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사는 세계가 풍성해지고 탄탄해지고 또 안전해지기를 바라요. 언젠가 인터넷에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모닝콜로 설정하는 것이다’라는 글을 봤는데 정말 마음에 와서 꽂히더라고요. 좋아하는 일로 자아실현을 하고 있으니 애증이 깊지만, 그래도 저는 참 행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일 때문에 힘들어도 이 안에서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을 수 있거든요. ‘조구만 실험실’도 그런 일 중의 하나고, 평소에도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작은 프로젝트를 상상하곤 해요. 예를 들어 우리끼리 여름에 입을 티셔츠 제작 같은 거요. “이거 제발 한 번만 만들자. 인생이 너무 노잼이야!” 말하면 벤이 그냥 시켜줄 때도 있어요(웃음). 그럴 때마다 스튜디오를 사업화하기 이전의 마음으로 돌아가기도 해요. 그런 게 리프레시죠.



        사업 전에는 애호가였다면, 사업 후에는 창작자의 역할을 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취향의 변화가 생겼나요?

        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작은 걸 좋아했어요.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만 한 머그컵처럼 기존 스케일보다 작은 사물이요. 하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캐릭터에는 큰 관심이 없었죠. 이 일을 시작하고 점차 알아가다 보니 어떤 건 예뻐 보이고, 갖고 싶은 것도 생기더라고요. 점점 취향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조디: 이번 기회를 통해 비밀을 밝히고 싶은데 저 사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옷도 장식 없고 심플한 것만 사고요.그래서 조구만 스튜디오의 제품도 괴팍하고 시니컬하게 보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나 봐요. 저는 막 어깨를 부풀리고 있는데 남들은 우쭈쭈, 하면서 귀여워하는 느낌이에요.

        본인의 취향을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해요.

        벤: 무지 티셔츠요. 옷 고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최대한 빠르게 괜찮은 옷을 매일 입고 싶거든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무지 티셔츠가 있으면 여러 개 사서 요일별로 입어요. 저는 외적으로 제가 어떻게 보일지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달할 방법과 기회는 그 외에도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이미지도 전달하지 않는 무지 티셔츠가 좋아요.
        조디: 미셸 공드리의 <키딩> 속 주인공 제프랑 동질감을 느껴요. 짐 캐리가 연기한 제프는 유명한 어린이 방송 진행자인데요, 늘 웃으며 인형극을 하지만 현실은 엉망진창이에요. 유년기도 좋지 않았고, 부인과 이혼했고, 아들도 죽었어요. 그런데 제프에게는 힘든 상황을 상상력으로 극복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로 만드는 힘이 있어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힘든 일을 겪지 않았을 것 같고, 꿈속에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물론 저에게도 파란만장한 일이 있었지만 그 모든 걸 그렇게 슬프게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도 어떤 이야기가 되고, 결국은 무언가가 남게 되니까요.



        어떤 선물은 금액과 상관없이 고르는 과정에서의 정성이 보여서 감동할 때가 있어요. 두 분은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어떤 점을 가장 고려하시나요?

        조디: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걸 사주고 싶어서 실용성, 기능, 취향을 두루 고려하는 것 같아요. 쓰레기를 주는 건 너무 싫거든요. 마땅한 선물을 찾지 못하면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을 주거나 추억이 담긴 사진을 포스터로 만들어서 줘요. 물론 그것도 쓰레기일 수 있겠지만(웃음).
        벤: 조디와 함께 운영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났을 때 스튜디오가 많이 성장했어요. 그때까지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선물을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쓸모 있고, 가치 있고, 저희의 아이덴티티도 담길 바랐죠. 오래 고민하다가 금 1g씩을 선물했어요. 로고를 레이저로 각인해서요. 금은 가치가 계속 변한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나중에는 진짜 성공해서 골드바 주고 싶어요.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요. 조구만 스튜디오도 이런 맥락에서 실천하는 것이 있나요?

        벤: 사무실 식구들 모두 분리수거를 굉장히 열심히 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품을 패키징할 때 종이에 코팅도 하지 않게 됐어요.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면서 제품에도 자연스럽게 그 실천을 녹여내려고 해요.

        코로나 전후로 받은 영향도 있을 듯해요. 지난 4월과 올해 4월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벤: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죠. 바이어들의 해외 출장이 어려워져서 해외 매출이 줄었고, 오프라인 매출에도 타격이 있었어요. 나름대로 상황을 헤쳐나가려고 지난 4월에 디지털 굿즈를 만들었어요. 스티커, 편지지, 체크리스트 등을 웹에서 다운로드해 출력해서 쓸 수 있게끔 한 거죠. 스마트워치나 휴대폰용 배경화면도 무료로 공개했고요.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나누면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고 해요. 구매를 위해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만큼만 다운로드 받아 쓸 수 있으니까요.



        브랜드를 일구며 롤모델이 절실한 순간이 있었을 텐데, 주변에 본보기가 되어준 브랜드나 아티스트가 있나요?

        벤: 캐릭터 사업의 목표는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스누피, 가필드, 헬로키티 등 장수 캐릭터들의 시작과 성장 과정, 사업 운영 방식을 열심히 찾아봐요. 벤치마킹도 많이 하고요.
        조디: 어렸을 때부터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다 작가의 오랜 팬이에요. 작가님께 드로잉 수업도 받은 적이 있고요. 그때 작가님께서 ‘못 그린 그림은 없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어요. 책을 출간한 후 작가님께서 엽서를 보내주셨어요. 이다 캐릭터가 브라키오에게 ‘너도 조구만 존재니? 나도 조구만 존재인데’라고 말하는 모습을 함께 그려서요. 너무 감동 받았는데 아직까지 답장을 못 하고 있네요.

        두 분처럼 동업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벤: 싸우는 건 피할 수 없어요. 그러니 잘 싸우세요. 제가 드릴 수 있는 팁은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하는 거예요. 각자의 역할과 영역을 믿고 존중해 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조디: 가장 중요한 건 서로를 동료로, 인간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봐요. 사실 애정이 없으면 싸우지도 않겠죠. 일을 적당히 해도 싸울 일이 없고요. 그런데 동료도 사랑하고, 일도 너무 아끼기에 무엇 하나 대충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작은 싸움을 할 수밖에 없죠.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쓰시길 바라요.

        경영자로, 디자이너로 각각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조디: 맥도날드 해피밀 장난감으로 하찮은 공룡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캐릭터뿐만 아니라 책도 번역되어서 해외 북페어도 가고 싶고요.
        벤: 올해 사업적인 꿈은 성공적인 해외 진출이에요. 대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 설정한 목표를 잘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짧지 않은 시간 함께 해온 서로에게 무엇을 선물하고 싶나요?

        벤: 새로운 손목, 새로운 허리.
        조디: 와, 진짜 감동적이야. 저는 벤이 요새 비염으로 고생 중이라 건강한 기관지를 주고 싶네요.

        열어보고 싶은 이야기, 캐비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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