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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빈티지조인혁
        스튜디오 킨조

        조인혁 디자이너, 대표

        서울

        조인혁은 스튜디오 킨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다. 브랜드 언스(UNS)를 만들고 프릳츠, 카린지 린가네, 클로브덴의 브랜드 디자인을 했다. 유행을 좇는 세태에서 한 발자국 물러 나 있는 듯 보이는 그는 메트로놈처럼 꾸준히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며 살아간다. 한결같아서 오히려 신비로움을 간직한 사람, 디자이너 조인혁은 많은 프로젝트와 사람들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제 자리에 남아 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조인혁이라고 합니다. 현재 ‘스튜디오 킨조’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브랜드 ‘언스UNS’ 운영을 중심으로 F&B 사업 등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스튜디오 킨조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이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나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상경한 후 30대 초반에 작은 패션 회사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그때 당시 월급으로는 서울에서 먹고살기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퇴근 후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점점 포트폴리오가 쌓일 수록 더 큰 기회와 좋은 파트너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지금의 스튜디오 킨조로 확장시킬 수 있었어요.

        지금의 정체성에 영향을 준 어릴적 기억이 있다면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그때 학교에서 ‘무궁화 그리기 대회’라는 걸 개최했어요. 미술 수업 시간에 그린 걸 출품할 거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냥 막연하게 열심히 그렸던 것 같은데, 제 그림이 나중에 우수상을 받았어요. 사실 전 굉장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학생이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내가 만든 결과물을 통해 칭찬을 받고 상장이라는 공식적인 인정까지 얻으니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제 마음 속에는 늘 또래보다 뒤쳐졌다는
        부채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 디렉터님에게도 감추고 싶은 과거의 취향이 있는 지 궁금해요.(웃음)

        음, 취향은 아니지만 감추고 싶은 ‘시절’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군대 제대하고 2년 동안 방황을 많이 했어요. 20대 초반이던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시각 디자인’이란 매우 좁은 테두리 안에 정의되는 영역이었어요. 저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디자인만으로 먹고살기 힘들 것 같아서 여러 가지 도전을 하게 됐죠. 결국 쓴맛만 실컷 보게 됐지만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정말 암흑기였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빚이라는 걸 졌고 그걸 갚기 위해서 별의 별 아르바이트를 다 경험하게 됐죠. 자랑스럽지는 않은 기억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또한 지금의 제 모습에 이르게 한 나의 어느 한 단면이었다고 생각해요.

        패션업계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사회초년생 조인혁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해요.

        그때는 오직 ‘성공’, ‘연봉’, ‘좋은 회사’ 같은 가치들에 몰두했던 것 같아요. 목표로 했던 대학에 가지 못했고 게다가 휴학까지 길게 했거든요. 졸업 후 서울에 와서도 곧바로 크고 좋은 회사에 취업한 것도 아니고요. 내심 부모님에게도 미안한 감정이 있었죠. 제 마음 속에는 늘 또래보다 뒤쳐졌다는 부채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빨리 따라 잡아야한다’, ‘좋은 연봉을 주는 좋은 기업에 가야한다’는 식의 목표를 기준으로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악착같은 마음으로 보냈던 것 같아요.

        결국 프릳츠라는 브랜드의 성장이
        제 개인의 동반성장까지 이끌어 주었달까요.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F&B 사업, 유튜브 그리고 언스(UNS) 런칭까지 사실상 모든 프로젝트들이 순항하고 계신 것 같아요. 연이은 성공 이전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되어준 것이 있었다면요?

        제 인생의 티핑 포인트가 있다면 그건 ‘프릳츠’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릳츠 컴퍼니의 로고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제 개인의 이름을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릴 수 있었고요. 회사를 다니면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다가 주어진 기회였는데, 그때의 저는 커피 문화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사람인지라 그냥 ‘동네 카페 로고’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알고보니 엄청난 실력자 분들이 모여서 만든 브랜드였죠. 결국 프릳츠라는 브랜드의 성장이 제 개인의 동반성장까지 이끌어 주었달까요.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운이라는 것도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효험을 발휘하죠.(웃음) 다양한 타이틀 중 아무래도 가장 무게를 느끼는 건 ‘대표’일 것 같아요. 지금의 스튜디오 킨조 팀은 어떻게 꾸려졌는지 궁금해요.

        사실 아직 대표라는 말이 많이 어색한데요.(웃음) 팀원은 저 포함 디자이너 2명 포토그래퍼 1명 그리고 인사, 회계, MD의 역할까지 해 주는 분을 포함해 총 4명입니다.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고 모두 공식적인 채용을 통해 모이게 되었어요.

        상성(相性)이라고 할까요.
        사람들 간의 합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에요.
        어느 조직에서나 환영받고 누구와도 잘 맞는
        그런 전천후(全天候)의 사람은 없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좋은 팀원의 기준이 있으세요?

        상성(相性)이라고 할까요. 사람들 간의 합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에요. 어느 조직에서나 환영받고 누구와도 잘 맞는 그런 전천후(全天候)의 사람은 없다고 봐요. 어느 곳에서는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으로 인정받는 팀원이 다른 곳에서는 불협화음의 원인이 되기도 하듯이요. 저희 팀은 서로 비슷하기보다는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조화로운, 그런 상호보완적인 팀워크를 지닌 것 같아요.

        꽤 오랜 시간 아카이빙한 인스타그램과 비교적 최근에 시작하신 유튜브 중 요즘 어느 것에 더 매력을 느끼세요?

        단순히 효율성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튜브도 물론 매력적인 매체이고 채널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 너무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더라고요. 촬영과 편집 모두 직접 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생각이 떠오를 때 곧바로 옮길 수 있는 동시성을 지닌 인스타그램이 편한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운 걸 경험하기 보다는
        익숙한 곳을 시간차를 두고 관찰해 가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트렌디함보다는 헤리티지가 있는 공간이 좋달까요.
        킨조의 작품들은 세련됐지만 동시에 다정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디렉터님이 살고 계신 성수동도 비슷한 매력을 지닌 것 같고요. 스튜디오 킨조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닮아있나요?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니 다행이네요.(웃음) 팬시한 것들보다는 친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제 작업이나 일하고 사는 근거지를 선택할 때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 같아요. 빈티지한 작업물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성향 자체도 매번 새로운 걸 경험하기 보다는 익숙한 곳을 시간차를 두고 관찰해 가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트렌디함보다는 헤리티지가 있는 공간이 좋달까요. 그런 여러가지 이유들로 성수라는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기도 해요. 상경한 후 가장 오래 산 지역이기도 하고요.

        다양한 내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첫 F&B사업으로 시작한 ‘카린지&린가네’라는 브랜드죠. 이전부터 같이 손발을 맞춰왔던 정동우 대표(컨설턴트, 기획자)와 함께 만들게 된 브랜드예요. 하지만 브랜드를 만들고 곧바로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그냥 시작해도 힘든 사업의 초반부를 너무 힘들게 지나왔어요. 오프라인 기반의 서비스업이 처음이다 보니 현장에서 발생하는 운영 상의 어려움도 많았고요.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비즈니스적인 노하우나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꼭 한번 같이 협업해 보고 싶은 파트너가 있다면요?

        취미로 빈티지 자전거를 모으고 있어요. 수집에서 그치지 않고 조립도 하고 도색도 해 보고 데칼 디자인까지 나아 갔죠. 강릉 쇼룸과 집 곳곳에 전시해 두고 있기도 해요. 최신이 아닌 빈티지 모델를 좋아하는 이유는 요즘의 양산품 자전거와 다르게 과거엔 ‘빌더’라는 직업의 장인들이 만들다 보니 퀄리티나 디테일이 지금과 많이 달라요. 무엇보다 그 당시 디자인을 정말 좋아해요. 자전거 관련해서 협업 제안이 생긴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쉴 때는 주로 무얼 하세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쉴 때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어요.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심적으로 좋지는 않더라고요. 물리적으로라도 일과 멀어지기 위해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목적 없이 유튜브도 보면서 스위치 오프(Switch Off) 하려고 해요.

        가능하면 떠 오른 영감을 먼저 머릿속에서
        여러 방식으로 조합을 해 본 뒤 아이패드나 메모장에
        스케치해 두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패드에는 늘 스케치가 한가득이에요.
        영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감을 아카이빙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인 것 같아요. 어떻게 아카이빙 하나요?

        딱히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그냥 손으로 기록하죠. 가능하면 떠 오른 영감을 먼저 머릿속에서 여러 방식으로 조합을 해 본 뒤 아이패드나 메모장에 스케치해 두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패드에는 늘 스케치가 한가득이에요.

        본인의 취향을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해요.

        너무 뻔한 대답일 것 같지만 ‘빈티지'요.(웃음) 빈티지 옷·가구·조명·시계·자전거 등 수많은 빈티지 제품을 가지고 있어요. 일종의 노스탤지어 같기도 해요. 지금은 볼 수 없는 옛날의 디테일을 발견했을 때 오히려 신선함을 느껴요. 뭐랄까, 기분 좋은 그리움을 안겨주는 물건인 것 같아요.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시간대로 이동하고 싶으세요?

        지금이요. 제가 살아왔던 시대가 좋은 것 같아요. 내성적이고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인터넷이나 SNS가 없던 시절에 살았다면 아마 저라는 사람을 알리기에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어떤 선물은 그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어떤 점을 가장 고려하시나요?

        취향이나 유행을 타지 않고 일상에 꼭 필요한 걸 선물하는 편인 것 같아요. 주고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받은 후에도 그 물건의 쓰임이 많았으면 좋겠거든요. 합리적인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저 혼자만 잘 되는 건 원하지 않아요.
        저와 함께 일하고 제가 지지하는 사람들도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경영자로 혹은 디자이너 조인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서울에 상경한 후 ‘번아웃’이라는 말도 사치라고 생각할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 붙였던 것 같아요. 누구나 인정할 만한 물질적인 목표를 두고 열심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저 혼자만 잘 되는 건 원하지 않아요. 저와 함께 일하고 제가 지지하는 사람들도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업적으로 성장할 수록 직원들에게도 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복지환경이나 물질적인 보상을 더 해 주고 싶어요. 또한 제 주변 사람들의 인생에 미치는 제 영향이 적지 않다는 걸 체감하면서 요즘 여러가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세요?

        대가성 없이 순수하게 정말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때요. 줄곧 디지털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최근에는 다시 수작업이 좋아져요. 감정이 떠 오른 바로 그때 놓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누군가는 이 또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대가도 클라이언트도 없이 온전히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면 유희 활동이죠. 아, 멍 때리고 책 읽을 때도 정말 좋아요. 제 생업과는 다른 영역이라 그런지 더 수월하게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강제로라도 일을 생각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해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으세요?

        이제는 손에 쥐고 있지 않은 더 크고 좋은 걸 갈구하는 삶보다는, 주어진 걸 완벽하게 느끼고 감사하며 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날씨가 좋아서 행복하다’, ‘풀들이 너무 예쁘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발견을 하지 못하고 지냈었거든요. 참 기분 좋고 순수한 감상이잖아요. 화려하고 거창한 삶보다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사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큰 방해 없이 제가 좋아하는 창작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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